Photography by
이현준 Lee Hyenjun
빛과 시간이 머무는 자리를 기록합니다
카메라를 들고 새벽을 찾아다니는 사람입니다.
장노출로 물과 빛의 흐름을 붙잡고, 별의 궤적을 밤새 추적하고,
한 장소를 반복해서 찾아가 그 결을 쌓아갑니다.
제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, 오래 지나서야 고향을 카메라로
처음 제대로 만났습니다. 그 이후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
장소와 나 사이의 대화가 되었습니다.
Jeju: A Homeland Remembered Late 늦게 도착한 고향의 취향을 따라
나는 제주에서 태어났으나, 어릴 무렵 서울로 올라오며 고향의 풍경을 기억할 나이가 되도록 돌아오지 못했다. 어린 시절을 서울에서 보내면서, 제주라는 지명은 출생지일 뿐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. 기억도, 문화도,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.
그러나 직장 생활 중 어느 날, 처음으로 제주를 찾았을 때 예상치 못한 감정이 찾아왔다. 뚜렷이 기억하지 못하는 장소임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친숙함이 겹쳐 보였고, 제주가 단순한 출생지가 아닌 돌아와야 할 곳이라는 사실을 어디선가 깨달았다. 이후 제주를 여러 차례 찾게 되었고, 그 과정에서 잊혔던 정체감이 차분히 쌓이기 시작했다.
이 작업은 그 과정의 결과로, 이제야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된 늦게 도착한 고향의 풍경에 관한 기록이다. 새벽의 바람, 낮의 수평선, 황혼의 겹겹이 쌓이는 빛, 그리고 밤의 어둠이 품은 깊은 명암 — 이 모든 장면이 태생 모르고 지내온 고향을 어루만지고 있었다. 카메라를 통해 제주의 결을 새롭게 쌓아가는 것이 고향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.
기억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, 나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지는 또 다른 형태의 고향이 나를 기다릴 것임을 조용히 예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.